조은정의 미국 이야기 #12
물론 제목 속 ‘마라톤 뛰기’가 내 이야기는 아니다. 언감생심 ‘마라톤’의 ‘마’에도 접근할 수 없는 저질 체력과 의지의 소유자라는 걸 밝혀둔다. 20년 넘도록 마라톤을 뛴 지인들이 주변에 있다 보니 마라톤 관련된 소식은 누구보다 빨리 접하게 되고, 그 생생한 풍경 역시 볼 기회가 많았다. 세계에서 가장 알아주는 뉴욕 마라톤의 현장을 다녀오는 것도 연중행사처럼 잘 즐기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뉴욕주 옆 ‘코네티컷주(Connecticut State)’의 하트퍼드(Hartford)에서 열린 마라톤 행사장에 다녀오게 되었다. 물론 늘 그렇듯 지인들의 사진 촬영과 응원을 빙자한 놀러 가기 콘셉트였지만.
코네티컷주 하트퍼드
마라톤 뛰기 좋았던 그날, 하트퍼드!
2025년 10월 11일, 코네티컷주의 중요 행사인 ‘하트퍼드 마라톤 대회’의 행사일. 하늘은 맑고 화창했다. 차갑지만 신선하고 상쾌한 공기가 도시 전체를 가득 메운 그런 날이었다.
풀 마라톤, 하프 마라톤을 뛰는 지인들을 응원한다는 명목으로 나는 그들을 쫓아가기 위해 새벽 4시 집결지에 모였다. 졸린 눈을 비비며 차에 실려 가다가 중간쯤 휴게소 던킨도너츠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나서야 조금씩 눈이 떠졌다. 그제야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라톤 시작을 기다리는 선수들
미국의 마라톤 현장은 언제나 그렇듯 축제 분위기이다. 가뜩이나 흥 많은 미국인 중에서도 신체 건강한 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으니 오죽하랴. 마라톤 시작 전부터 제자리 뛰기를 하며 준비 운동을 하는 그들의 에너지가 참 보기 좋았다.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장내를 정리하며 질서정연하게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도 멋졌다.
시작 직전의 분위기
‘탕’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고, 나도 덩달아 분위기에 취해 신나게 응원하기 시작했다. 지인들을 비롯한 마라토너들이 장내를 빠져나가자 나만의 자유시간! 마음 잘 맞는 지인과 함께 동네를 걸었다. 마라톤 시작점이 마침 다운타운이라 어디를 딱히 찾아가지 않아도 주요 장소들이 주변에 늘어서 있어 아름다움에 감탄하만 하면 그만이었다.


마라톤이 열려서인지 거리가 한적하여 걷기 좋았다.
의사당과 미술관, 도서관을 거쳐 현지 사람들이 이미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창밖을 보며 현지인 구경을 하고, 지인과 이런저런 근황을 이야기하며 평화로운 휴식 시간을 가졌다.
도서관과 워즈워스 애서니엄 미술관
카페에서 보낸 한때
커피를 마시고 나오니 바로 앞이 바로 마라톤의 반환점! 예전에 이 마라톤 코스를 뛰어본 적 있던 지인이 이 자리에 조금만 더 서 있으면 마라톤을 뛰고 있는 친구들이 나타날 거라고 알려 주었다. 10여 분 서서 그들을 기다리며, 한참 지칠 타이밍에 우리가 앞에서 응원하는 걸 보며 힘을 낼 그들의 얼굴을 그려보았다. 과연 머잖아 마라톤에 참여한 지인들이 나타났고, 열심히 그들의 사진을 찍었다. 나의 작은 선물이랄까.

응원하는 사람들, 마라토너들
반환점을 지나 동네를 마저 걸었다. 이른 아침 공기, 마라톤으로 한껏 들뜬 축제의 분위기,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나눈 대화가 끝나가고 향한 곳은 도착점. 거대한 플래카드가 긴 시간 마라톤을 뛰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환영하고 있었다. 기쁜 마음으로 그들의 Goal을 함께 즐기며 장시간 이어진 마라톤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완주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매달과 기념품, 간식의 기쁨도 함께 나누며.

마라톤 골인 지점
한식 파티를 즐긴 지인의 식사 초대
마라톤이 끝나고 종일 가장 기대했던 시간이 찾아왔다. 코네티컷에 사는 지인의 집에서 즐긴 식사 시간!
미국 교포분들의 식사 초대를 받아 방문하면, 식사 방식은 어디서든 비슷하다. 큰 접시에 한식을 종류별로 가득 담아 뷔페식으로 상을 차려 꾸며놓는 것. 홀로 미국에 거주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모처럼 ‘집밥’ 한식을 종류별로 맘껏 먹을 수 있는, 한마디로 ‘계 탄 날’인 것이다. 그런데 이날의 식사는 실로 엄청났다. 집에 들어서기 전부터 코끝으로 밀려 들어오는 LA갈비 굽는 향기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는데, 그뿐만 아니라 준비해 두신 음식 라인업이 엄청났다. 겉절이, 잡채, 양장피, 월남쌈, 홍어 무침, 김치전, 족발 등에 식혜, 종류별 케이크와 치즈, 과일까지!


온갖 음식으로 가득한 뷔페
테이블마다 놓인 꽃들은 분위기를 고조시켜 주었고, 대규모 손님맞이에 열성을 쏟은 온 가족의 배려와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감동은 배가 되었다. 사실 이 집의 가장이 풀 마라톤을 뛰느라 늦게 도착하는 일정이었으니, 그분의 부인과 자녀들이 이 모든 음식을 준비하고 상을 차렸던 것. 그간 미국에 살면서 많은 집에 방문해 식사를 해봤지만, 진심 이날의 식사가 최고였다.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거기에 내가 있을 수 있어 영광이고 행운이었다고. 앞으로도 절대 못 잊을 시간이었다고.
꽃이며 과일까지 완벽한 세팅
새벽부터 시작한 하루가 길긴 했지만, 가을 단풍길 드라이브를 즐기며 멋진 도시를 탐험하고, 열심히 마라톤 뛰는 사람들에게 좋은 자극도 받고, 끝내주는 한식까지 포식하며 돌아왔다. 이 정도면 이번 가을 나들이 중 최고의 날 아닐까?
* 하트퍼드(Hartford)란? 미국 커네티컷주의 주도(Capital City)로 코네티컷 강을 따라 자리를 잡은 예쁜 도시이다. 주로 대형 보험사의 본사가 많고, 트리니티 칼리지와 하트퍼드신학교 등의 본부와 유명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생가, 박물관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
글·사진 | 조은정

최소 2개월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줘야 제대로 된 행복한 인생이라고 믿는 여행교 교주.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 <뉴욕 셀프트래블> 외 여러 권의 저서가 있는 베스트셀러 직딩 여행작가. 현재 뉴욕에서 지내고 있다.
https://eiffel.blog.me/
#미국 #미국여행 #미국커네티컷주 #하트퍼드 #미국마라톤 #마라톤
조은정의 미국 이야기 #12
물론 제목 속 ‘마라톤 뛰기’가 내 이야기는 아니다. 언감생심 ‘마라톤’의 ‘마’에도 접근할 수 없는 저질 체력과 의지의 소유자라는 걸 밝혀둔다. 20년 넘도록 마라톤을 뛴 지인들이 주변에 있다 보니 마라톤 관련된 소식은 누구보다 빨리 접하게 되고, 그 생생한 풍경 역시 볼 기회가 많았다. 세계에서 가장 알아주는 뉴욕 마라톤의 현장을 다녀오는 것도 연중행사처럼 잘 즐기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뉴욕주 옆 ‘코네티컷주(Connecticut State)’의 하트퍼드(Hartford)에서 열린 마라톤 행사장에 다녀오게 되었다. 물론 늘 그렇듯 지인들의 사진 촬영과 응원을 빙자한 놀러 가기 콘셉트였지만.
마라톤 뛰기 좋았던 그날, 하트퍼드!
2025년 10월 11일, 코네티컷주의 중요 행사인 ‘하트퍼드 마라톤 대회’의 행사일. 하늘은 맑고 화창했다. 차갑지만 신선하고 상쾌한 공기가 도시 전체를 가득 메운 그런 날이었다.
풀 마라톤, 하프 마라톤을 뛰는 지인들을 응원한다는 명목으로 나는 그들을 쫓아가기 위해 새벽 4시 집결지에 모였다. 졸린 눈을 비비며 차에 실려 가다가 중간쯤 휴게소 던킨도너츠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나서야 조금씩 눈이 떠졌다. 그제야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라톤 시작을 기다리는 선수들
미국의 마라톤 현장은 언제나 그렇듯 축제 분위기이다. 가뜩이나 흥 많은 미국인 중에서도 신체 건강한 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으니 오죽하랴. 마라톤 시작 전부터 제자리 뛰기를 하며 준비 운동을 하는 그들의 에너지가 참 보기 좋았다.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장내를 정리하며 질서정연하게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도 멋졌다.
시작 직전의 분위기
‘탕’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고, 나도 덩달아 분위기에 취해 신나게 응원하기 시작했다. 지인들을 비롯한 마라토너들이 장내를 빠져나가자 나만의 자유시간! 마음 잘 맞는 지인과 함께 동네를 걸었다. 마라톤 시작점이 마침 다운타운이라 어디를 딱히 찾아가지 않아도 주요 장소들이 주변에 늘어서 있어 아름다움에 감탄하만 하면 그만이었다.
마라톤이 열려서인지 거리가 한적하여 걷기 좋았다.
의사당과 미술관, 도서관을 거쳐 현지 사람들이 이미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창밖을 보며 현지인 구경을 하고, 지인과 이런저런 근황을 이야기하며 평화로운 휴식 시간을 가졌다.
도서관과 워즈워스 애서니엄 미술관
카페에서 보낸 한때
커피를 마시고 나오니 바로 앞이 바로 마라톤의 반환점! 예전에 이 마라톤 코스를 뛰어본 적 있던 지인이 이 자리에 조금만 더 서 있으면 마라톤을 뛰고 있는 친구들이 나타날 거라고 알려 주었다. 10여 분 서서 그들을 기다리며, 한참 지칠 타이밍에 우리가 앞에서 응원하는 걸 보며 힘을 낼 그들의 얼굴을 그려보았다. 과연 머잖아 마라톤에 참여한 지인들이 나타났고, 열심히 그들의 사진을 찍었다. 나의 작은 선물이랄까.
반환점을 지나 동네를 마저 걸었다. 이른 아침 공기, 마라톤으로 한껏 들뜬 축제의 분위기,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나눈 대화가 끝나가고 향한 곳은 도착점. 거대한 플래카드가 긴 시간 마라톤을 뛰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환영하고 있었다. 기쁜 마음으로 그들의 Goal을 함께 즐기며 장시간 이어진 마라톤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완주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매달과 기념품, 간식의 기쁨도 함께 나누며.
마라톤 골인 지점
한식 파티를 즐긴 지인의 식사 초대
마라톤이 끝나고 종일 가장 기대했던 시간이 찾아왔다. 코네티컷에 사는 지인의 집에서 즐긴 식사 시간!
미국 교포분들의 식사 초대를 받아 방문하면, 식사 방식은 어디서든 비슷하다. 큰 접시에 한식을 종류별로 가득 담아 뷔페식으로 상을 차려 꾸며놓는 것. 홀로 미국에 거주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모처럼 ‘집밥’ 한식을 종류별로 맘껏 먹을 수 있는, 한마디로 ‘계 탄 날’인 것이다. 그런데 이날의 식사는 실로 엄청났다. 집에 들어서기 전부터 코끝으로 밀려 들어오는 LA갈비 굽는 향기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는데, 그뿐만 아니라 준비해 두신 음식 라인업이 엄청났다. 겉절이, 잡채, 양장피, 월남쌈, 홍어 무침, 김치전, 족발 등에 식혜, 종류별 케이크와 치즈, 과일까지!
온갖 음식으로 가득한 뷔페
테이블마다 놓인 꽃들은 분위기를 고조시켜 주었고, 대규모 손님맞이에 열성을 쏟은 온 가족의 배려와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감동은 배가 되었다. 사실 이 집의 가장이 풀 마라톤을 뛰느라 늦게 도착하는 일정이었으니, 그분의 부인과 자녀들이 이 모든 음식을 준비하고 상을 차렸던 것. 그간 미국에 살면서 많은 집에 방문해 식사를 해봤지만, 진심 이날의 식사가 최고였다.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거기에 내가 있을 수 있어 영광이고 행운이었다고. 앞으로도 절대 못 잊을 시간이었다고.
꽃이며 과일까지 완벽한 세팅
새벽부터 시작한 하루가 길긴 했지만, 가을 단풍길 드라이브를 즐기며 멋진 도시를 탐험하고, 열심히 마라톤 뛰는 사람들에게 좋은 자극도 받고, 끝내주는 한식까지 포식하며 돌아왔다. 이 정도면 이번 가을 나들이 중 최고의 날 아닐까?
* 하트퍼드(Hartford)란?
미국 커네티컷주의 주도(Capital City)로 코네티컷 강을 따라 자리를 잡은 예쁜 도시이다. 주로 대형 보험사의 본사가 많고, 트리니티 칼리지와 하트퍼드신학교 등의 본부와 유명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생가, 박물관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글·사진 | 조은정
최소 2개월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줘야 제대로 된 행복한 인생이라고 믿는 여행교 교주.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 <뉴욕 셀프트래블> 외 여러 권의 저서가 있는 베스트셀러 직딩 여행작가. 현재 뉴욕에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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