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달살기][여행] 일본 한 달 살기를 마치며

2024-08-20

대마도 반달살기에서 일본 한달살기로 (7)



이젠 내 고향 같은 대마도에서의 1박 2일

이키를 떠난 지 두 시간이 흘러 배는 이즈하라항에 도착했다. 2주 하고도 사흘 만에 대마도로 돌아왔다. 이제는 이즈하라가 고향처럼 느껴졌다. 티아라몰에서 김치 우동을 먹고 숙소 사장님들이 시내에서 운영하시는 ‘하루카 맥주한잔’이란 가게에 들렀더니 남 사장님이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가게는 오픈 직후부터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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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나도 날 기억해 주는 듯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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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여 사장님이 가져다주신 기념품 과자와 커피


가게에서 사장님이 주신 커피를 마시며 쉬다가 숙소로 향했다. 짐이 꽤 많아 도저히 2km 떨어진 숙소까지 걸을 수 없어서 버스를 탔다. 현관으로 들어서자 배가 더 커진 고양이 하루가 나를 반겨줬다. 오랜만에 보는데도 내 손에 얼굴을 비비적대며 마구 치댄다. 정말 사랑스러워 죽겠다. 그동안 숙소에서 내 짐을 맡아주셨기에 감사의 표시로 여 사장님께 도쿄에서 기념품으로 사 온 과자들을 드렸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어딘가를 돌아다닐 힘이 없었다. 짐 정리를 하고 마트에서 저녁거리를 사 와서 먹은 후, 하루와 놀면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막 잠이 들려는데 하루가 방문 앞에서 계속 애처롭게 울어댔다. 못 이겨 방문을 열었더니 쏜살같이 들어와 이불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단순히 추워서가 아니라 뱃속 새끼들을 위해 안전하고 따뜻한 보금자리를 찾고자 필사적으로 애쓰는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선 이불 안에 들이고 함께 자면 좋겠지만, 하루를 방 안에 들이면 안 된다는 사장님의 당부에 다시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하루가 다시 애처롭게 울었고, 그때마다 밖으로 나와 하루를 쓰다듬어주고 들어오길 반복하다가 결국 새벽에 잠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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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방으로 침범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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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숙소 풍경


다음 날,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자 한 달 살기의 마지막 날이다. 방문을 열자마자 하루가 또 황급히 들어와 이불 위에 벌러덩 누웠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지만, 사장님한테 들키기 전에 얼른 밖으로 내보내야 했다.


짐을 다 챙기고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숙소 밖으로 나왔다. 사료를 까득까득 열심히 먹는 하루를 보며 버스 정류장까지 이 많은 짐을 들고 어떻게 걸어가나 고민하고 있는데, 숙소 앞에 있던 다른 손님들이 택시 요금을 나누어 가자고 제안했다. 인당 300엔 정도만 내면 되니 잘 됐다 싶었다. 사장님께 이번 여행책이 나오면 꼭 드리겠다고 인사를 드리고 숙소 앞으로 달려온 택시에 올랐다.


히타카쓰항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티아라몰의 마트에서 돈가스 도시락을 사서 아침 겸 점심으로 배불리 먹었다. 기념품을 고르다 슬슬 버스 시각에 맞춰 정류장으로 갔더니 이미 한국인 관광객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버스 안에 자전거까지 올릴 공간이 부족해 보여서 결국 티아라몰 자전거 주차장에 놓고 버스에 올랐다. 은근히 탐내시던 남 사장님께 연락을 드려서 자전거를 기부하기로 했다. 힘들게 대마도까지 들고 온 자전거를 포기하는 게 쉽진 않았지만, 도저히 자전거까지 챙겨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큰 짐을 덜었음에도 버스 안에서 내가 짐이 제일 많아서 민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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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 집으로

히타카쓰항 터미널 안에는 귀국행 배를 기다리는 한국인들이 바글바글했다. 이 정도면 여기도 한국 아닌가 싶을 정도다. 승선권 발권 줄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창구에 “출국세 2천 엔 현금만 가능합니다”라고 적혀있는 게 보였다. 순간 패닉. 출국세를 까맣게 잊은 채 현금을 깡그리 다 써 버렸기 때문이다! 이걸 어쩌나 하다가 바로 뒤에 서 계시던 한국 여성분께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현금 2천 엔을 빌려주셨다. 바로 2만 원을 계좌로 입금해 드렸다. 은인을 만나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한국 못 갈 뻔했다.


승선 시간까지 한 시간 조금 넘게 여유가 있어 항 근처를 둘러보기로 했다. 가게들을 기웃거리고 언덕에도 올라보고 바닷가 마을을 산책하기도 했다. 멀지 않은 곳에 대마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해변인 미우다 해변이 있었지만, 시간상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히타카쓰는 이즈하라에 비해 훨씬 한적했고, 쇼핑을 할 곳도 구경할 곳도 많지 않아 보였다. 그나마 먹거리를 살 수 있는 밸류 마트도 고작 편의점 규모였다. 처음 대마도 일정을 계획할 때 히타카쓰에서 마지막 사흘을 보낼까 했던 계획을 취소하길 잘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도 히타카쓰의 바닷가 마을 풍경은 이즈하라와는 또 다른 고즈넉한 분위기였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항구 근처를 열심히 탐색하며 꽤 멋진 풍경을 눈과 렌즈로 담았다. 그런데 히타카쓰도 어딜 가나 한국인 관광객 천지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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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주어진 히타카쓰에서의 시간


히타카쓰항으로 돌아와서 출국 수속을 거쳐 배에 올라탔고, 배는 정시보다 조금 이르게 항구를 떠났다. 창밖으로 점점 멀어져가는 대마도를 바라보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팡 터져버렸다. 옆자리 사람들이 볼까 싶어 조용히, 10분 넘게 눈물을 질질 흘렸다. 진짜 주책맞다. 이럴 때마다 나 자신이 바보 같다. 대체 내가 왜 울고 있는 거지? 이 순간이 한 달 살기 일정의 끝이라서? 나도 나를 모르겠지만, 아무튼 한 달 동안 대마도에서, 후쿠오카에서, 도쿄에서, 이키에서 너무나도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기억만 안고 부산으로 들어가기로 다짐했다.



부산에서의 마무리

약 한 시간 반 정도 만에 부산항에 도착했다. 입국 수속과 짐 검사를 마치고 게이트 밖으로 나가자 부모님이 서 계셨다. 그리고 다짜고짜 들은 말은… “너 한 3킬로 쪘지?” 그러게. 한 달 내내 군것질도 쉴 새 없이 했고, 아주 잘 먹고 다니긴 했다.


경북 영천에 거주하시는 부모님께서는 나를 데리러 올 겸 오랜만에 부산 여행을 하셨다고 한다. 영천 본가로 향하는 도로를 타기 전  해운대에 들러 바다 구경을 하고 싶다고 졸랐다. 딱 잘라 피곤하다고 거절하시는 부모님. 풀이 죽어 뒷좌석에 누워있는데 어느새 차창 밖으로 해운대로 이어진 익숙한 길이 보였다.


“봐봐, 너네 아빠 지금 입꼬리가 씰룩씰룩한다!”


40c8d5a4b1e27.jpg여행의 마무리는 해운대에서


깜빡 속은 나는 깔깔 웃었다. 마침 해운대에선 빛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이즈하라, 히타카쓰를 거쳐 어느새 부산. 실컷 겨울 바다를 보고 영천 본가로 향하며 하루 동안 이렇게나 다양한 루트를 지나왔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여행이 끝나 아쉬운 마음과 오랜만에 부모님 품으로 돌아왔다는 안락함을 안고서 침대에 누웠다.


돌이켜 보니 일본에서의 한 달 동안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행복했다. 당분간 몸은 한국에 있어도 마음은 계속 일본에 있을 것 같다. 나의 여행을 그렇게 계속될 것이다.




글·사진 | 이스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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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덜트 매거진 《토이크라우드》  편집장. 대학에서 조각과 일본학을 공부했으며 여행, 호러 장르, 키덜트 문화에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 호러소설집 <기요틴> <카데바> <신체 조각 미술관>, 여행서 <도쿄 모노로그> <한국 인형박물관 답사기> 등이 있다.
https://www.instagram.com/toyphilbooks_su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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