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잔 비엔나 #30
오스트리아는 지금 눈소식이 한창이다. 이 글을 쓰는 오늘, 눈이 내렸다가 얼어버리는 바람에 교통체증이 말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비행기 활주로가 얼어붙어 버리는 바람에 비엔나 착륙이 힘들다는 알람까지 왔을까. 오전 내내 공항이 얼어붙는 바람에 사무실까지 오는 기차들도 줄줄이 연착, 취소가 되었다. 아주 힘겨운 출근길이었다.
취소되거나 연착된 열차들
한국에서는 따뜻한 남쪽 동네에 살았다. 나의 친정은 부산이다. 마산에서 태어났고 창원을 거쳐 부산에서 자랐기 때문에, 생각해 보면 눈썰매장 갈 때 빼고는 눈을 본 기억이 없다. 중학생이었나, 고등학생 때였나, 쌓이지 않는 눈이 살살 날리던 날이었음에도 오르막길이던 동네에 버스가 올라오지 않아 엉금엉금 기다시피 걸어갔던 기억은 있다.
그랬던 내가 2006년 독일에서 살면서부터 펑펑 쏟아지고 하얗게 쌓이는 눈을 보게 되었다. 눈이 쌓인 도시를 태어나 거의 처음 본 나로서는 엄청 신이 나는 상황이었다. 물론 그런 즐거움도 얼마 못 가서 ‘눈 오는 날에는 외출하기 싫다’로 바뀌었지만. 20년 유럽에 살며 도달한 결론은 이거다. 눈은, 그냥 따뜻한 집 안에서, 따뜻한 핫초코나 커피를 마시며, 창 밖으로 내리는 모습을 보는 게 최고다.

아이들은 눈을 좋아한다. 밟을 때마다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나는 재미있는 놀이터다. 이제 5살이 되는 아들은 엄마의 어린 시절과는 다르게 눈을 보면서, 장화를 신고 눈길을 폭폭 밟아 보면서 자라고 있다. 아이에게 눈은 그 자체만으로도 신나는 장난감이다.

눈이 마냥 반갑지 않은 어른이지만, 나 또한 눈이 내리는 유럽의 거리를 사진으로 담아서 보면 기분이 좀 다르다. 그야말로 겨울다운 장면, 하얗게 장식되어서 평소와도 다른 겨울의 진면목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무채색 건물과 눈 쌓인 지붕을 보면 영화 <아마데우스> 속 옛 거리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흐린 하늘과 백설의 대비 때문인지 도시가 더욱 푸르스름하게 보이는 오묘한 매력이 있다.
눈으로 덮인 거리, 눈 내리는 겨울의 도시. 앞으로 오랫동안, 내가 살아가야 할 도시의 모습이다.

글/사진 비엔나의 미리작가(마이네포토 대표)

피아노를 전공했고, 스냅작가로 활동 중이다.
E로 오해받지만 사실 I가 2% 더 많은 INFP. 2006년부터 유럽에서 살았고, 2009년부터 시작한 비엔나 스냅이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은 일 벌리기 능력자 워킹맘. 주력은 디지털 사진이지만 아날로그 느낌의 필름카메라 작업도 즐겨하며, 요즘은 아이패드 드로잉에 재미를 붙였다.
현재 마이네포토(MeineFotos)라는 이름으로 비엔나에서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고 있으며, 한 마리의 고양이, 내성적인 연하남, 다소 엄마를 닮아 집중 받기 좋아하는 아들과 살아가는 중이다.
https://instagram.com/photo_by_miri_vienna
https://blog.naver.com/miri_in_vienna
https://mirivienna.com
하루 한 잔 비엔나 #30
오스트리아는 지금 눈소식이 한창이다. 이 글을 쓰는 오늘, 눈이 내렸다가 얼어버리는 바람에 교통체증이 말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비행기 활주로가 얼어붙어 버리는 바람에 비엔나 착륙이 힘들다는 알람까지 왔을까. 오전 내내 공항이 얼어붙는 바람에 사무실까지 오는 기차들도 줄줄이 연착, 취소가 되었다. 아주 힘겨운 출근길이었다.
한국에서는 따뜻한 남쪽 동네에 살았다. 나의 친정은 부산이다. 마산에서 태어났고 창원을 거쳐 부산에서 자랐기 때문에, 생각해 보면 눈썰매장 갈 때 빼고는 눈을 본 기억이 없다. 중학생이었나, 고등학생 때였나, 쌓이지 않는 눈이 살살 날리던 날이었음에도 오르막길이던 동네에 버스가 올라오지 않아 엉금엉금 기다시피 걸어갔던 기억은 있다.
그랬던 내가 2006년 독일에서 살면서부터 펑펑 쏟아지고 하얗게 쌓이는 눈을 보게 되었다. 눈이 쌓인 도시를 태어나 거의 처음 본 나로서는 엄청 신이 나는 상황이었다. 물론 그런 즐거움도 얼마 못 가서 ‘눈 오는 날에는 외출하기 싫다’로 바뀌었지만. 20년 유럽에 살며 도달한 결론은 이거다. 눈은, 그냥 따뜻한 집 안에서, 따뜻한 핫초코나 커피를 마시며, 창 밖으로 내리는 모습을 보는 게 최고다.
아이들은 눈을 좋아한다. 밟을 때마다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나는 재미있는 놀이터다. 이제 5살이 되는 아들은 엄마의 어린 시절과는 다르게 눈을 보면서, 장화를 신고 눈길을 폭폭 밟아 보면서 자라고 있다. 아이에게 눈은 그 자체만으로도 신나는 장난감이다.
눈이 마냥 반갑지 않은 어른이지만, 나 또한 눈이 내리는 유럽의 거리를 사진으로 담아서 보면 기분이 좀 다르다. 그야말로 겨울다운 장면, 하얗게 장식되어서 평소와도 다른 겨울의 진면목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무채색 건물과 눈 쌓인 지붕을 보면 영화 <아마데우스> 속 옛 거리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흐린 하늘과 백설의 대비 때문인지 도시가 더욱 푸르스름하게 보이는 오묘한 매력이 있다.
눈으로 덮인 거리, 눈 내리는 겨울의 도시. 앞으로 오랫동안, 내가 살아가야 할 도시의 모습이다.
글/사진 비엔나의 미리작가(마이네포토 대표)
피아노를 전공했고, 스냅작가로 활동 중이다.
E로 오해받지만 사실 I가 2% 더 많은 INFP. 2006년부터 유럽에서 살았고, 2009년부터 시작한 비엔나 스냅이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은 일 벌리기 능력자 워킹맘. 주력은 디지털 사진이지만 아날로그 느낌의 필름카메라 작업도 즐겨하며, 요즘은 아이패드 드로잉에 재미를 붙였다.
현재 마이네포토(MeineFotos)라는 이름으로 비엔나에서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고 있으며, 한 마리의 고양이, 내성적인 연하남, 다소 엄마를 닮아 집중 받기 좋아하는 아들과 살아가는 중이다.
https://instagram.com/photo_by_miri_vienna
https://blog.naver.com/miri_in_vienna
https://mirivienn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