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찾아다닌 이야기와 찾아온 이야기 - 『낙타의 눈』의 작가 서정 #1

2023-01-04

안녕하세요, 저는 에세이를 쓰고 번역을 하는 서정이라고 합니다. 서울에서 러시아 문학을 공부하고 모스크바에서 정치문화를 공부했어요. 그러면서 일종의 도시 산책이랄까, 역사, 문화를 배경으로 공간을 풀어내는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아테네, 민스크, 페테르부르크 등지에서 거주하면서 제가 찾아다닌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에 얽힌 공간 이야기를 엮어 『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라는 책을 냈습니다.

 

0ff9f478f3a7a.jpg서정, 『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


그 이야기가 ‘찾아다닌’ 이야기였다면 이번에 출간한 『낙타의 눈』은 ‘다가온’ 이야기라고 말하는 편이 적절할 것 같아요. 가끔 사는 곳 주변을 여행한 이야기가 섞여들기는 하지만 대부분 ‘사는 곳’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 마주친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 그 도시가 보여준 그림 이야기들로 엮은 책이거든요. 공간적 배경은 벨라루스 민스크, 러시아 페테르부르크, 지금의 러시아와 핀란드에 걸친 지역인 카렐리아 지방, 쿠스코와 라파스, 메데인 같은 남미의 몇몇 도시들, 그리고 노르웨이 오슬로입니다. 『낙타의 눈』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의 기록이에요. 그러다 보니 앞뒤에 써 놓은 글을 다 읽어야 이해할 수 있지만 부득이 몇 꼭지만 실리게 된 경우 단락을 들어내고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문장을 고쳤습니다.

 

b16647aad531e.jpg서정, 『낙타의 눈』


세상엔 아름다운 문장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작가도 많고, 잘 모르거나 용기가 없어서 아무나 못하는 말을 정확한 문장으로 용감하게 써 내려가는 작가도 많아요. 그렇다면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어떤 말일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겠지요. “그걸 내가 보았다, 그걸 내가 들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내게 보여주고 내게 들려준 사람들과의 그 순간을 잘 붙들어 세상에 전달하는 역할. 내게 다가온 말들을 잘 붙드는 일. 거기다 경계인인 나라는 사람의 향취를 좀 곁들인.

 

장 구성도 그렇습니다. 여섯 개의 장들은 차례로 민스크에서 만난 사람들, 페테르부르크에서 만난 사람들, 카렐리아와 헬싱키의 풍경과 예술가들, 쿠스코와 라파스와 메데인이라는 사회, 소련 영화와 쿠바와 북키프로스라는 세계, 오슬로에서 체험한 북구의 감성으로 짜였어요. 첫 책과 마찬가지로 ‘변경’과 ‘경계’라는 키워드로 묶일 수도 있을 것 같은 이야기들입니다.

 

68192a4dfb589.jpg쿠바 아바나 ⓒ서정


이 책에는 그림 이야기가 많습니다. 러시아는 제게 그림 보는 맛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유치원생부터 팔순 노인까지 시간 날 때마다 기를 쓰고 찾아가는 트레차코프 미술관과 푸시킨 미술관, 친목계 모임 같은 분위기의 중년 부인들과 데이트하는 젊은 남녀가 볕 좋은 오후에 모여 산책하듯 가는 바스네초프 아틀리에를 보는 것은 충격이었습니다. 그들에게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예술가의 발자취를 더듬는 일은 평생에 걸쳐 반복할 만한 재미와 자긍심을 일깨우는 일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모스크바에서 들인 버릇으로, 저는 한 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도구로서 그림을 계속 보고 다녔습니다.

 

여행지에 가면 미술관을 자주 방문하게 되지요? 파리에 가면 오르세나 퐁피두에 가고, 런던에 가면 내셔널 갤러리나 테이트 모던에 가잖아요. 그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외국어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큰 강점이 되겠지요. (물론 음악도 그런 예술 장르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결국 우리가 본 것에 대한 해석을 요구하게 됩니다. 그냥 보이는 것이 다일까? 볼 것이 더 남아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일시적 방문지이든 일정 기간 생활하는 장소든 그림은 그곳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해 우리에게 계속해서 말을 겁니다. 저는 낯선 외국어를 배우는 일에 적극적인 편인데 말을 전혀 모를 때 본 그림과 말과 글이 점점 익숙해져 갈 때 배경지식을 가지고 보는 그림 사이의 차이도 흥미롭습니다.


『낙타의 눈』의 작가 서정 인터뷰 #2




인터뷰 이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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