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일본에 살고 있는 이예은 작가. 『다카마쓰를 만나러 갑니다』, 9회 브런치스토리 출판 프로젝트 대상 선정작인 『콜센터의 말』을 쓴 이예은 작가가 최근 도쿄 근교 여행지를 소개한 『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를 출간했습니다. 출간에 맞춰 잠시 귀국한 이예은 작가를 만나 도쿄 근교 도시에 관하여, 나아가 일본에서의 삶에 관하여 들어보았습니다.
이예은 작가
Q. 2015년부터 도쿄에 살고 계시는데요, 어떻게 도쿄에서 지내게 되었나요?
어려서부터 부모님을 따라 외국에서 지낸 시간이 길었어요. 취학 전에는 미국에 산 적이 있었고, 중학교 2학년 때 우즈베키스탄에서 생활했어요. 고등학교는 독일에서 나왔는데, 대학은 아시아권으로 가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아시아인이 소수인 지역에서 지내다 보니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홍콩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어요.
홍콩에서 공부하며 한국과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신청했어요. 사실 한국의 대학생활을 경험해 보고 싶어 지원했던 건데, 교환학생으로 처음 가 본 일본에서의 기억이 좋았어요. 당시 환율이 높아 생활하기는 어려웠지만, 일본어도 빨리 배웠고, 홍콩과 비교해서 저랑 잘 맞는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제가 홍콩에서 다닌 대학은 다 함께 하는 액티비티가 많았어요. 모임도 잦고,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였지요. 일본은 사람들이 좀 더 차분하고 개인 간의 거리도 알맞게 유지되는 편이라 제 성향과 잘 맞았어요.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퇴사를 하고 공부를 더 해야겠다 마음먹었을 때도 일본에 한 번 더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일본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대학원을 나오고 직장도 구하게 되어 지금에 이르렀어요. 현재는 도쿄의 회사에서 번역 등의 사무 업무를 하고 있어요.

이예은 작가의 신작 『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
Q. 개인적으로 일본에서의 삶의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아무래도 일본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배우기 쉬운 언어예요. 어순도 비슷하고 공통으로 쓰는 단어도 많고요. 또, 외관상으로 외국인인 게 티가 잘 안 나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어요. 제가 내향적인 성격이라 문화적으로도 편안함을 느껴요. 일본 사회 특유의 규칙, 매뉴얼이 답답할 때도 있지만 그걸 잘 지키면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고, 다른 사람들도 그 규칙을 지키리라는 신뢰랄까 예상 가능한 면이 있어요. 한국과 인프라도 비슷하고, 한국과 거리도 가깝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물론 이방인을 향한 어느 정도의 차별은 있어요. 마음에 드는 집이 있어도 외국인에게 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고, 한국어를 썼을 때 안 좋은 시선을 보내는 분들도 가끔 있어요. 물론 그런 차별은 외국인들이 한국에서도 겪는 경험일 수 있겠지만요.
Q. 거주 지역으로 도쿄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도쿄는 수도이고 외국인들에게 가장 개방적인 도시에요. 교환학생도 도쿄에서 했었고요. 대학원을 나와서도 기회가 가장 많을 거로 생각했어요.
Q. 혹시 이제는 다른 나라에서도 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하시나요?
일본에서 결혼한 후, 남편의 일 때문에 싱가포르에서 1년 산 적이 있어요. 싱가포르도 굉장히 국제적인 도시라 그때의 체험으로 또 다른 나라에의 동경은 해소된 것 같아요.
오히려 싱가포르는 1년 내내 여름이니까 사계절이 그립기도 했어요. 일본도 한국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편이지요. 물론 도쿄가 여름에 굉장히 습하긴 한데, 그것도 적응돼서 한국에 오면 좀 건조하게 느껴질 정도예요.

Q. 『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에서 ‘도쿄 근교’라는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셨나요?
처음에는 가마쿠라, 요코하마처럼 전철로 1시간 정도로 갈 수 있는 곳부터 시작했어요. 큰마음 안 먹고 가볍게 주말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도시를 소개하자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쓰면서 그 범위가 점점 넓어졌어요. 주말에 1박, 길면 2박으로 갈 수 있는 곳으로요. 그런 식으로 넓어지다 보니 이시카와현의 가나자와까지 가게 됐네요. 남편도 “가나자와는 도쿄 근교라고 할 수 없지 않아?” 하고 농담처럼 말했지만, 도쿄에서 신칸센 같은 교통수단으로 두세 시간대에 갈 수 있는 곳까지 주말여행에 포함하기로 했어요. 아무래도 그런 곳들은 한국에서 오시는 여행자보다는 도쿄에 거주하는 한국인들 입장에서 생각한 것 같아요.
나가노현 가루이자와 ⓒ이예은 / 출판사 세나북스 제공

가루이자와 유니언 처치 ⓒ이예은 / 출판사 세나북스 제공
Q. 집필 기간이 길었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2019년부터 원고를 쓰기 시작했으니 4년 정도 걸렸는데, 지속해서 쓸 수 없는 상황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코로나가 있었고, 중간에 다른 책을 쓰기도 했고요. 또, 저도 직장인이다 보니 취재를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밖에 갈 수가 없었어요. 한 번에 글이 안 나오는 경우가 대다수니까 갔던 데를 다시 간 적이 많아요. 무려 여덟 번 간 도시도 있었고, 가까운 곳도 대여섯 번은 다녀온 것 같아요.
처음에는 욕심이 나서 그 지역의 유명한 것을 전부 넣으려고 애썼어요. 그러다가 이대로는 영원히 완성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제 취향에 맞는 곳으로만 추리기로 했지요.



『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에서 다룬 식음료들 ⓒ이예은 / 출판사 세나북스 제공
Q. 이 책은 음식, 콘텐츠, 역사와 문화 이렇게 세 가지 테마로 지역을 나누었습니다.
제가 그 여행을 한 이유가 되었던 계기를 테마로 선택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바다마을 다이어리〉를 보고 가마쿠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거나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의 새 극장판 시리즈가 마무리됐다는 소식을 듣고 작중 도시의 모티브가 된 하코네에 다시 간 것처럼요.
물론 여행 다녔던 곳 중 딱히 어떤 동기나 테마를 부여할 수 없는데 너무 좋아서 소개하고 싶은 곳들도 있었어요. 부록에 넣은 가나가와현 즈시마리나 리조트나 야마나시현 사도야 와이너리, 도치기현 아시카가 플라워 파크 같은 곳들이 그런 곳이에요.
에노덴 ⓒ이예은 / 출판사 세나북스 제공

가마쿠라 코코마에역 ⓒ이예은 / 출판사 세나북스 제공

고쿠라쿠지역 ⓒ이예은 / 출판사 세나북스 제공
Q. 작가님이 집필하신 첫 여행 책인 『다카마쓰를 만나러 갑니다』는 한 지역에 한 달 머물며 쓰신 작품이고, 이번 『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는 여러 지역을 다루고 있습니다. 작업하시며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다카마쓰를 만나러 갑니다』를 쓸 때는 다카마쓰에서 한 달 지내며 매일 일기를 썼어요. 블로그에 매일 어디에 갔고 그 순간 어떤 감상을 느꼈는지 기록해 둔 다음, 나중에 장소별로 주제를 선정해서 집필했어요. 아무래도 정해진 기간 집중해서 취재를 하고 쓰다 보니 퇴고까지 7개월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집필 당시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어서 원고를 쓸 시간도 많았고요. 첫 책이라 부담이 커서 정말 수도 없이 수정을 했던 어려움은 있었지만, 작업 방식은 훨씬 효율적이었던 것 같아요.
『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는 집필 기간이 길고 집중 취재가 어려웠지요. 여행을 다녀오면 그다음 주말에 초안을 쓰고, 평일에는 퇴근하고 나서 원고를 고쳐 썼어요. 그런 식으로 쓰다 보니 작업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고요. 그래도 출판사 대표님께는 한 달에 한 편 원고를 드리는 걸 목표로 했어요. 그렇게 매달 보내드려야 원고가 쌓이는 기분도 들고 저에게도 동기부여가 되었거든요.


사이타마현 가와고에 이치반가이 ⓒ이예은 / 출판사 세나북스 제공

가와고에 오사가와 주택 ⓒ이예은 / 출판사 세나북스 제공
가와고에 가시야요코초 ⓒ이예은 / 출판사 세나북스 제공
Q. 거주는 도쿄라는 대도시에 하고 계시고, 여행은 주로 소도시를 다니시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 대도시와 소도시 어떤 쪽이 더 잘 맞는 것 같으시나요?
도쿄는 확실히 기회가 많아요. 젊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배우거나 직장을 찾기 쉽지요. 또, 도쿄는 최신 트렌드가 가장 먼저 도입되는 곳이에요. 그래서 변화도 많고, 한 가지로 특징지을 수 없지요. 동네만 넘어가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곳이니까요.
도쿄보다 규모가 작은 도시들은 분명한 특징이 있어서 거기에 집중할 수 있어요. 그래서 편안한 면도 있고요. 사실 규모로만 보면 요코하마 같은 도시는 도쿄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일본 제2의 도시라 할 만해요. 하지만 항구 도시라든가 일찍이 서양 문물을 받아들였던 역사라든가 그 특유의 분위기, 이미지가 뚜렷해요.
요코하마시 주카가이 ⓒ이예은 / 출판사 세나북스 제공
그보다 더 작은 소도시들은 변화가 더 적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직접 운영하는 가게가 많아서 흔히 말하는 ‘로컬’의 분위기가 강해요. 그게 매력이고요.
저도 아직 젊다 보니 생활은 대도시가 더 편하지만, 그래서 소도시나 시골로 여행하는 게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전철을 타고 도쿄를 빠져나갈 때, 창밖으로 빽빽한 빌딩들이 사라지는 그 순간이 굉장히 짜릿해요. 반대로 제가 도쿄 근교, 소도시에 살았다면 도쿄로 들어오며 빌딩 숲이 펼쳐지는 순간이 좋지 않았을까 싶고요.
만약 도쿄 이외의 도시에 정착한다면 요코하마를 생각하고 있어요. 요코하마에는 차이나타운도 있고 서양인 마을도 있는데, 제가 지금까지 살았던 유럽이나 미국, 홍콩의 분위기를 조금씩 두루 발견할 수 있어요. 그래서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랄까, 향수를 채워주는 곳이지요. 산다면 요코하마의 도심도 괜찮고 베드타운 같은 더 고즈넉한 동네도 괜찮을 것 같아요. 5도 2촌처럼 집값이 더 저렴한 해안가에서 주말을 보내는 방식도 택할 수 있겠고요.
요코하마 야마테 지구 ⓒ이예은 / 출판사 세나북스 제공
요코하마 코스모월드 대관람차 ⓒ이예은 / 출판사 세나북스 제공
Q. 이 책에 나온 여러 도쿄 근교 도시처럼 우리가 여행할 만한 곳이 많습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그런 곳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몰라서 못 가는 면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일본어 검색이 가능하니까 일본 사이트에서 일본 사람들이 많이 찾는 지역을 찾아보는 식으로 사전 조사를 했어요. 국내 독자분들은 그런 정보에 접근하는 게 어려우실 수 있으니 이번 책에도 먼저 가 본 사람으로서 여행 산책 팁을 많이 넣어서 좀 더 쉽게 여행하실 수 있도록 배려했어요.
제 책에서 다룬 지역 외에 도쿄 근교에 어떤 곳들이 있나 궁금하시다면 웹 번역을 이용해 일본 사이트에서 정보를 찾아보시는 걸 추천해 드려요. 새로운 곳을 찾을 수도 있고, 이름만 알던 곳인데 사실 나와 잘 맞는 그곳의 진가를 발견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배경으로 알려진 니가타현 에치고유자와 설경 ⓒ이예은 / 출판사 세나북스 제공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집필했다고 알려진 료칸 다카한 가스미노마 ⓒ이예은 / 출판사 세나북스 제공
Q. 마지막으로 어떤 분들이 『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를 읽으셨으면 좋겠나요?
도쿄는 한국인들이 정말 많이 찾는 여행지예요. 그래서 도쿄가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좀 더 색다른 곳을 찾는 분들도 많아지고 있고요. 제 책이 3박 4일 도쿄를 여행하시는 분들이 하루 정도 도쿄 근교를 다녀오시며 여행을 더 다채롭게 하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요.
또, 저처럼 도쿄에 사는 한국인들도 많잖아요. 그런 분들에게도 주말에 도시를 벗어나 기분 전환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도쿄 근교 도시들은 지역 활성화를 위해 여러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어요. 그런 것을 이용하시면 도쿄 여행, 도쿄 생활이 보다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합니다.

인터뷰/사진 이주호 신태진
2015년부터 일본에 살고 있는 이예은 작가. 『다카마쓰를 만나러 갑니다』, 9회 브런치스토리 출판 프로젝트 대상 선정작인 『콜센터의 말』을 쓴 이예은 작가가 최근 도쿄 근교 여행지를 소개한 『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를 출간했습니다. 출간에 맞춰 잠시 귀국한 이예은 작가를 만나 도쿄 근교 도시에 관하여, 나아가 일본에서의 삶에 관하여 들어보았습니다.
Q. 2015년부터 도쿄에 살고 계시는데요, 어떻게 도쿄에서 지내게 되었나요?
어려서부터 부모님을 따라 외국에서 지낸 시간이 길었어요. 취학 전에는 미국에 산 적이 있었고, 중학교 2학년 때 우즈베키스탄에서 생활했어요. 고등학교는 독일에서 나왔는데, 대학은 아시아권으로 가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아시아인이 소수인 지역에서 지내다 보니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홍콩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어요.
홍콩에서 공부하며 한국과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신청했어요. 사실 한국의 대학생활을 경험해 보고 싶어 지원했던 건데, 교환학생으로 처음 가 본 일본에서의 기억이 좋았어요. 당시 환율이 높아 생활하기는 어려웠지만, 일본어도 빨리 배웠고, 홍콩과 비교해서 저랑 잘 맞는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제가 홍콩에서 다닌 대학은 다 함께 하는 액티비티가 많았어요. 모임도 잦고,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였지요. 일본은 사람들이 좀 더 차분하고 개인 간의 거리도 알맞게 유지되는 편이라 제 성향과 잘 맞았어요.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퇴사를 하고 공부를 더 해야겠다 마음먹었을 때도 일본에 한 번 더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일본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대학원을 나오고 직장도 구하게 되어 지금에 이르렀어요. 현재는 도쿄의 회사에서 번역 등의 사무 업무를 하고 있어요.
이예은 작가의 신작 『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
Q. 개인적으로 일본에서의 삶의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아무래도 일본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배우기 쉬운 언어예요. 어순도 비슷하고 공통으로 쓰는 단어도 많고요. 또, 외관상으로 외국인인 게 티가 잘 안 나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어요. 제가 내향적인 성격이라 문화적으로도 편안함을 느껴요. 일본 사회 특유의 규칙, 매뉴얼이 답답할 때도 있지만 그걸 잘 지키면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고, 다른 사람들도 그 규칙을 지키리라는 신뢰랄까 예상 가능한 면이 있어요. 한국과 인프라도 비슷하고, 한국과 거리도 가깝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물론 이방인을 향한 어느 정도의 차별은 있어요. 마음에 드는 집이 있어도 외국인에게 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고, 한국어를 썼을 때 안 좋은 시선을 보내는 분들도 가끔 있어요. 물론 그런 차별은 외국인들이 한국에서도 겪는 경험일 수 있겠지만요.
Q. 거주 지역으로 도쿄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도쿄는 수도이고 외국인들에게 가장 개방적인 도시에요. 교환학생도 도쿄에서 했었고요. 대학원을 나와서도 기회가 가장 많을 거로 생각했어요.
Q. 혹시 이제는 다른 나라에서도 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하시나요?
일본에서 결혼한 후, 남편의 일 때문에 싱가포르에서 1년 산 적이 있어요. 싱가포르도 굉장히 국제적인 도시라 그때의 체험으로 또 다른 나라에의 동경은 해소된 것 같아요.
오히려 싱가포르는 1년 내내 여름이니까 사계절이 그립기도 했어요. 일본도 한국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편이지요. 물론 도쿄가 여름에 굉장히 습하긴 한데, 그것도 적응돼서 한국에 오면 좀 건조하게 느껴질 정도예요.
Q. 『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에서 ‘도쿄 근교’라는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셨나요?
처음에는 가마쿠라, 요코하마처럼 전철로 1시간 정도로 갈 수 있는 곳부터 시작했어요. 큰마음 안 먹고 가볍게 주말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도시를 소개하자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쓰면서 그 범위가 점점 넓어졌어요. 주말에 1박, 길면 2박으로 갈 수 있는 곳으로요. 그런 식으로 넓어지다 보니 이시카와현의 가나자와까지 가게 됐네요. 남편도 “가나자와는 도쿄 근교라고 할 수 없지 않아?” 하고 농담처럼 말했지만, 도쿄에서 신칸센 같은 교통수단으로 두세 시간대에 갈 수 있는 곳까지 주말여행에 포함하기로 했어요. 아무래도 그런 곳들은 한국에서 오시는 여행자보다는 도쿄에 거주하는 한국인들 입장에서 생각한 것 같아요.
가루이자와 유니언 처치 ⓒ이예은 / 출판사 세나북스 제공
Q. 집필 기간이 길었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2019년부터 원고를 쓰기 시작했으니 4년 정도 걸렸는데, 지속해서 쓸 수 없는 상황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코로나가 있었고, 중간에 다른 책을 쓰기도 했고요. 또, 저도 직장인이다 보니 취재를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밖에 갈 수가 없었어요. 한 번에 글이 안 나오는 경우가 대다수니까 갔던 데를 다시 간 적이 많아요. 무려 여덟 번 간 도시도 있었고, 가까운 곳도 대여섯 번은 다녀온 것 같아요.
처음에는 욕심이 나서 그 지역의 유명한 것을 전부 넣으려고 애썼어요. 그러다가 이대로는 영원히 완성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제 취향에 맞는 곳으로만 추리기로 했지요.
Q. 이 책은 음식, 콘텐츠, 역사와 문화 이렇게 세 가지 테마로 지역을 나누었습니다.
제가 그 여행을 한 이유가 되었던 계기를 테마로 선택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바다마을 다이어리〉를 보고 가마쿠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거나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의 새 극장판 시리즈가 마무리됐다는 소식을 듣고 작중 도시의 모티브가 된 하코네에 다시 간 것처럼요.
물론 여행 다녔던 곳 중 딱히 어떤 동기나 테마를 부여할 수 없는데 너무 좋아서 소개하고 싶은 곳들도 있었어요. 부록에 넣은 가나가와현 즈시마리나 리조트나 야마나시현 사도야 와이너리, 도치기현 아시카가 플라워 파크 같은 곳들이 그런 곳이에요.
가마쿠라 코코마에역 ⓒ이예은 / 출판사 세나북스 제공
고쿠라쿠지역 ⓒ이예은 / 출판사 세나북스 제공
Q. 작가님이 집필하신 첫 여행 책인 『다카마쓰를 만나러 갑니다』는 한 지역에 한 달 머물며 쓰신 작품이고, 이번 『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는 여러 지역을 다루고 있습니다. 작업하시며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다카마쓰를 만나러 갑니다』를 쓸 때는 다카마쓰에서 한 달 지내며 매일 일기를 썼어요. 블로그에 매일 어디에 갔고 그 순간 어떤 감상을 느꼈는지 기록해 둔 다음, 나중에 장소별로 주제를 선정해서 집필했어요. 아무래도 정해진 기간 집중해서 취재를 하고 쓰다 보니 퇴고까지 7개월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집필 당시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어서 원고를 쓸 시간도 많았고요. 첫 책이라 부담이 커서 정말 수도 없이 수정을 했던 어려움은 있었지만, 작업 방식은 훨씬 효율적이었던 것 같아요.
『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는 집필 기간이 길고 집중 취재가 어려웠지요. 여행을 다녀오면 그다음 주말에 초안을 쓰고, 평일에는 퇴근하고 나서 원고를 고쳐 썼어요. 그런 식으로 쓰다 보니 작업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고요. 그래도 출판사 대표님께는 한 달에 한 편 원고를 드리는 걸 목표로 했어요. 그렇게 매달 보내드려야 원고가 쌓이는 기분도 들고 저에게도 동기부여가 되었거든요.
사이타마현 가와고에 이치반가이 ⓒ이예은 / 출판사 세나북스 제공
가와고에 오사가와 주택 ⓒ이예은 / 출판사 세나북스 제공
Q. 거주는 도쿄라는 대도시에 하고 계시고, 여행은 주로 소도시를 다니시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 대도시와 소도시 어떤 쪽이 더 잘 맞는 것 같으시나요?
도쿄는 확실히 기회가 많아요. 젊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배우거나 직장을 찾기 쉽지요. 또, 도쿄는 최신 트렌드가 가장 먼저 도입되는 곳이에요. 그래서 변화도 많고, 한 가지로 특징지을 수 없지요. 동네만 넘어가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곳이니까요.
도쿄보다 규모가 작은 도시들은 분명한 특징이 있어서 거기에 집중할 수 있어요. 그래서 편안한 면도 있고요. 사실 규모로만 보면 요코하마 같은 도시는 도쿄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일본 제2의 도시라 할 만해요. 하지만 항구 도시라든가 일찍이 서양 문물을 받아들였던 역사라든가 그 특유의 분위기, 이미지가 뚜렷해요.
그보다 더 작은 소도시들은 변화가 더 적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직접 운영하는 가게가 많아서 흔히 말하는 ‘로컬’의 분위기가 강해요. 그게 매력이고요.
저도 아직 젊다 보니 생활은 대도시가 더 편하지만, 그래서 소도시나 시골로 여행하는 게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전철을 타고 도쿄를 빠져나갈 때, 창밖으로 빽빽한 빌딩들이 사라지는 그 순간이 굉장히 짜릿해요. 반대로 제가 도쿄 근교, 소도시에 살았다면 도쿄로 들어오며 빌딩 숲이 펼쳐지는 순간이 좋지 않았을까 싶고요.
만약 도쿄 이외의 도시에 정착한다면 요코하마를 생각하고 있어요. 요코하마에는 차이나타운도 있고 서양인 마을도 있는데, 제가 지금까지 살았던 유럽이나 미국, 홍콩의 분위기를 조금씩 두루 발견할 수 있어요. 그래서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랄까, 향수를 채워주는 곳이지요. 산다면 요코하마의 도심도 괜찮고 베드타운 같은 더 고즈넉한 동네도 괜찮을 것 같아요. 5도 2촌처럼 집값이 더 저렴한 해안가에서 주말을 보내는 방식도 택할 수 있겠고요.
Q. 이 책에 나온 여러 도쿄 근교 도시처럼 우리가 여행할 만한 곳이 많습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그런 곳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몰라서 못 가는 면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일본어 검색이 가능하니까 일본 사이트에서 일본 사람들이 많이 찾는 지역을 찾아보는 식으로 사전 조사를 했어요. 국내 독자분들은 그런 정보에 접근하는 게 어려우실 수 있으니 이번 책에도 먼저 가 본 사람으로서 여행 산책 팁을 많이 넣어서 좀 더 쉽게 여행하실 수 있도록 배려했어요.
제 책에서 다룬 지역 외에 도쿄 근교에 어떤 곳들이 있나 궁금하시다면 웹 번역을 이용해 일본 사이트에서 정보를 찾아보시는 걸 추천해 드려요. 새로운 곳을 찾을 수도 있고, 이름만 알던 곳인데 사실 나와 잘 맞는 그곳의 진가를 발견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집필했다고 알려진 료칸 다카한 가스미노마 ⓒ이예은 / 출판사 세나북스 제공
Q. 마지막으로 어떤 분들이 『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를 읽으셨으면 좋겠나요?
도쿄는 한국인들이 정말 많이 찾는 여행지예요. 그래서 도쿄가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좀 더 색다른 곳을 찾는 분들도 많아지고 있고요. 제 책이 3박 4일 도쿄를 여행하시는 분들이 하루 정도 도쿄 근교를 다녀오시며 여행을 더 다채롭게 하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요.
또, 저처럼 도쿄에 사는 한국인들도 많잖아요. 그런 분들에게도 주말에 도시를 벗어나 기분 전환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도쿄 근교 도시들은 지역 활성화를 위해 여러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어요. 그런 것을 이용하시면 도쿄 여행, 도쿄 생활이 보다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합니다.
인터뷰/사진 이주호 신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