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방학 뉴스레터][여행] 도시방학 뉴스레터: 북촌 한옥에서 원서동 골목까지

2025-08-01
도시 방학: 서울 #2
브릭스 매거진앤트래블 뉴스레터 샘플




당신에게도 방학이 필요해요.
아쉬운 건, 어른들에게는 방학이 없다는 거지요.
해야 할 일을 잠시 놓아두고 새로운 도시에서
매거진 에디터와 여행 기획자가 제안하는 방학을 즐겨 보세요.

다시 해야 할 일로 돌아갈 시간까지
한 주에 한 번, 한 달 동안 당신의 방학 시간표를 그려 드립니다.



도시 방학: 서울

#1 한양에서 경성까지, 정동에서 서촌까지
#2 북촌 한옥에서 원서동 골목까지 📌



도시 방학: 서울 #2

북촌 한옥에서 원서동 골목까지


북촌 하면 절로 고즈넉한 한옥이 떠오르지요.
잔잔하게 물결치는 기와 아래 굽이치는 조용한 골목.
도시의 소음이 멀어진 만큼 복잡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느낌인데…

현실은 골목 가득 넘쳐나는 인파와
인증샷을 찍는 카메라 셔터 소리뿐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도시 방학: 서울 두 번째 편에서는
북촌의 진짜 한옥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북촌에서 좀 더 호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원서동 산책 코스를 준비해 보았어요.

북촌 한옥에서 원서동 골목까지
북촌에서의 방학을 시작해 봅니다.




북촌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계동의 골목 안쪽. 이런 곳엔 어떤 사람이 살까 싶은 한옥의 대문이 열리고 선(禪)적인 미가 돋보이는 정원이 나타납니다. 곧바로 ㄷ자로 정원을 품은 이 한옥이 전통과 현대미가 서로 분간이 안 될 만큼 조화롭다는 걸 알게 되네요. 이곳이 가드니아 코리아 박영순 대표의 한옥, 계동한옥125입니다.

 

새로 지은 것이 아닌 옛 한옥을 고쳐 만든 계동한옥125는 규모에서도 디테일에서도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합니다. 박영순 대표와 함께 계동한옥125를 둘러보며 한옥의 내일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박영순 가드니아 코리아 대표


가드니아 코리아 대표 박영순입니다

 

뷰티 디바이스로 유명한 기업 실큰에서 한국 지사장으로 15년 동안 근무했어요. 이스라엘 기업이었던 실큰이 네덜란드에 매각되면서 저도 일을 그만두려고 했어요. 그런데 베를린의 국제 가전 쇼 이파에서 트리폴라라는 기업의 새로운 디바이스를 만나게 됐어요. 성능이 너무 좋아서 탐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가드니아 코리아를 차리고 트리폴라와 실큰의 뷰티 디바이스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어요. 뷰티 디바이스와 시너지가 좋은 화장품을 개발하여 수출도 하고 있고요.





한옥을 산 이유는

 

예전부터 한옥에 살아 보고 싶었어요. 실큰과의 15년 인연을 마치며 마련한 보상이라 할 수 있지요. 한옥과 함께 제 사업, 제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고 싶었어요.





나의 한옥을 만나기까지

 

마음에 드는 한옥을 찾아 서촌, 북촌을 오랫동안 다녔어요. 부동산 시장에서 한옥은 자본 잠식 대상으로 여기지요. 저는 거기에 개의치 않았어요. 어느 비 오는 날 이 집 처마에서 물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바로 결정했어요. 내부를 보지도 않고요.

 

다들 한옥은 살기 불편하다고 하지요. 수납공간이 없고요. 다행히 이 집은 처음부터 잘 지어진 한옥이었어요. 대들보가 저렇게 굵은 한옥은 흔치 않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천장고를 높게 하고 싶었기 때문에 기존의 구들을 다 까고 땅을 파서 마루를 다시 깔았어요. 원래 여섯 개였던 방을 세 개로 줄이며 공간을 키웠고요. 방마다 화장실, 욕실, 스파 공간이 있고, 한옥의 가장 큰 단점인 수납을 해결하기 위해 수납장을 충분히 들였어요. 부엌도 현대식으로 장 안에 짜 넣어 미관과 실용성을 함께 살렸고요.





계동한옥125 

 

방은 안방, 건넛방, 서재까지 총 3개예요. 남편과 저, 미국에서 공부하는 딸 모두 관련된 나라가 달라 생활에 시차가 있어요. 공간을 구분할 필요가 있었지요. 벽지는 전부 우리 한지를 썼어요. 중국산 한지가 내구성은 더 좋지만, 우리 한지의 전통을 살리고 싶었어요. 느낌뿐 아니라 기능성도 좋아서 온도와 습도를 알맞게 조절해 줘요.

 

각 방 욕실과 안방 스파 공간은 이 한옥 내에서 가장 현대적인 공간이에요. 창밖으로 나무와 옆 한옥의 마당이 보이시지요? 북촌의 한적한 풍경을 감상하며 욕실에 누워 있는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에요.




정원은 공사를 하며 발굴한 이 집의 초석, 장대석을 그대로 놓아서 연출했어요. 원래 이 집에 속해 있던 것이니 정말 잘 어울리더라고요. 밤이 되면 처마 사이로 별이 꽉 차요. 서울 한복판인데 처마가 도심의 빛을 가려주는지 저 네모난 하늘로 별이 쏟아질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부엌에서 문을 열고 대청으로 나가보시길 권해요. 비 오는 날이라면 대청에 소반을 내고 전을 부쳐 먹으면 이보다 더한 한옥의 운치가 있을 수 없지요.




계동한옥125의 쓰임새

 

회사와 본가는 모두 한남동에 있어서 이곳을 거주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진 않아요. 지인들을 초대할 때나 딸이 한국에 들어올 때 사용하고요, 비즈니스 공간으로도 활용해요. 특별한 요청이 있으면 이곳에서 외부 행사를 열어 주기도 하고요. 앞으로는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숙박 시설을 운영할 계획도 있어요.

 

많은 분들이 이곳을 체험하며 북촌과 한옥, 우리의 유산을 경험하고 함께 지켜가려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북촌에 오시게 된다면 

 

여러 유명한 음식점이 많지만, 저는 밀과 보리가 제일 좋더라고요. 정말 맛있어요. 어떤 화려한 곳보다 이곳에서 소박한 밥 한 상을 맞아 보시길 권해요.





원서동



북촌은 넓게 보자면 여러 동네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가회동, 계동, 화동, 더 북쪽으로는 삼청동까지 우리는 두루두루 북촌으로 부르지요. 항상 사람으로 북적이는 골목을 벗어나 창덕궁 담까지 걷다 보면 한적하고 느긋한 동네가 나타납니다. 원서동입니다.

 

원서동(院西洞)이라는 이름은 일제가 창경궁을 격하시킨 창경원의 서쪽이라는 뜻에서 왔다는 설도 있고, 창덕궁 후원(비원)의 서쪽이라는 뜻에서 왔다는 설도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궁녀와 중인, 양반의 하인들이 주로 원서동에 모여 살았다고 해요. 양반들의 가회동과 실질적으로 왕이 거주하던 창덕궁 사이의 완충지대랄까, 가교 같은 곳이었지요.

 

수많은 식당과 카페, 숍과 스튜디오가 들어선 북촌의 메인 거리와 다르게 원서동은 주택가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편입니다. 그러면서 길은 널찍하고 높은 건물이 없고 창경궁의 녹음이 벗이 되어 산책하기 좋은 환경이지요. 사실 북촌 산책을 머릿속에 그릴 때의 호젓한 시간은 이곳 원서동에서 비로소 가능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럼, 원서동에 어떤 곳들이 있는지 알아볼까요?







사람을 위한시민을 위한 공간 노무현시민센터

 

원서동으로 접어들면 먼저 3층짜리 새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노란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이곳은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이 2022년에 개관한 노무현시민센터예요. 시민 누구에게나 공개된 시민문화공간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철학인 ‘시민이 주인인 민주주의’를 개방된 다목적 공간으로써 실현하고 있어요.

 

노무현시민센터는 여러 파트로 나누어져 있어요. 지하 2층에는 미디어센터 ‘가치놀다’와 다목적홀 ‘가치하다’가 있고, 지하 1층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보가 전시된 ‘노무현의길’이 있어요. 1층으로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은 로비를 장식한 기부자의 벽 ‘시민의 창’이에요.

 

특히 인상적인 공간은 계단형 서가인 ‘노무현의 서재’가 아닐까 해요. 2천 2백여 권의 장서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과 철학, 대통령에게 영향을 끼친 책을 만날 수 있거든요. 이 계단형 서가는 누구나 앉아서 작업을 하거나 독서를 할 수 있는 공유공간 ‘가치쓰다’와 나란히 이어져 있어서 매력적인 도서관에 온 듯한 느낌도 듭니다. 3층에는 카페가 있으니 산책 전후로 목을 축이거나 지친 다리를 쉬게 하기도 좋습니다.

 

노무현시민센터에서는 다양한 시민 강좌가 열리고 있으며, 세 개의 강의실과 다목적홀은 미리 예약‧신청하여 이용할 수 있어요. 그 무엇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담긴 공간에서 원서동 산책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떠세요?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시민센터
서울 종로구 창덕궁길 73
10:00~20:00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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